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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퀄 전략 (범죄도시, 신과함께, 2025)

by lacielo 2025. 10. 6.

영화사 관련 사진

한국 영화 산업은 이제 ‘한 편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는다. <범죄도시>와 <신과함께>를 중심으로 시퀄과 프랜차이즈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영화는 하나의 IP(지식재산)로 확장되고 있다. 2025년 현재 한국 영화계는 ‘흥행 → 시퀄 → 확장 세계관 → 글로벌 진출’이라는 완성형 구조를 구축 중이다. 본 글에서는 한국 영화의 시퀄 제작 전략과 프랜차이즈화의 과정, 성공 요인, 그리고 향후 전망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시퀄의 시대: 단일 흥행에서 IP 확장으로

한국 영화 산업은 오랫동안 ‘한 번의 흥행 성공’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제작비 회수와 수익 창출은 한 편의 영화에 모든 리스크가 집중되었고, 이는 대규모 투자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범죄도시> 시리즈의 성공은 이러한 구조를 완전히 뒤집었다.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 1편은 장첸(윤계상) 캐릭터의 강렬한 인상과 마동석의 액션으로 688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시점부터 ‘마석도 세계관’이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제작사 ‘빅펀치픽처스’는 초반부터 시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와 설정을 설계했다. 경찰-악당-사회적 악 구조를 변형하며 시즌마다 다른 악역과 지역, 사건을 중심으로 확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든 것이다. 이 전략은 2022년 <범죄도시 2>와 2023년 <범죄도시 3>의 연이은 흥행으로 증명되었다. 각 편은 새로운 악역(손석구, 이준혁)을 내세우며 신선함을 유지했고, 마동석의 캐릭터는 시리즈의 중심 축으로 굳어졌다. 즉, ‘캐릭터 중심 시퀄 구조’가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신과함께> 시리즈는 또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원작 웹툰의 방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1, 2편을 동시에 제작하며 프랜차이즈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신과함께-죄와 벌>(2017)과 <신과함께-인과 연>(2018)은 각각 1,440만·1,227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대서사 프랜차이즈의 성공 모델을 만들었다. 이제 시퀄은 단순히 ‘후속작’이 아니라, 하나의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다. 영화 한 편의 흥행이 끝이 아니라, IP 자산으로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한국형 프랜차이즈 전략: 캐릭터, 세계관, 제작 구조

한국 영화의 프랜차이즈 전략은 단순히 ‘2편, 3편을 만든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핵심은 ‘확장 가능한 세계관’과 ‘지속 가능한 캐릭터 운영’이다. <범죄도시>의 경우, 마동석(마석도)의 캐릭터가 ‘정의로운 경찰’이라는 단일 이미지를 넘어,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 해소를 대리하는 상징으로 발전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마석도는 개인적 서사보다 ‘악을 응징하는 시스템의 대변자’로 자리 잡았다. 이 캐릭터의 안정적인 인기가 곧 시퀄 제작의 안전판이자 마케팅 자산이 된다. 또한 제작 측은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도시(베트남, 인천, 필리핀 등)와 신인 악역을 배치해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했다. 이는 관객에게 ‘새로운 편을 기대할 이유’를 주며, 콘텐츠 피로도를 낮추는 전략이다. 반면 <신과함께>는 세계관 중심의 프랜차이즈 모델이다. 저승과 현세, 전생을 넘나드는 구조 덕분에 인물의 서사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처스는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웹툰·게임 등으로 IP 확장을 계획 중이며, 해외 배급을 고려한 스토리 로컬라이징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공통점은 ‘단일 인물 중심형’과 ‘세계관 확장형’ 두 가지 모델로 정리할 수 있다. 전자는 관객이 캐릭터를 기억하게 만들어 브랜드화를 유도하고, 후자는 이야기의 확장성과 다양한 파생 상품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제작 시스템의 분업화’다. 과거에는 한 감독과 제작사가 모든 부분을 담당했지만, 최근에는 시리즈별로 감독·각본가·VFX팀을 다르게 구성하여 효율을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범죄도시> 시리즈는 강윤성 감독에서 이상용, 허명행 감독으로 이어지며 각 편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스타일 변화를 시도했다. 이는 마블식 제작 방식의 한국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이후 전망: 글로벌 프랜차이즈로의 진화

2025년 현재, 한국 영화계의 화두는 ‘K-프랜차이즈’다. 즉, 할리우드식 시퀄 제작 시스템을 넘어, 한국적 정서와 캐릭터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이다. <범죄도시 4>는 이미 글로벌 OTT 동시 개봉이 논의 중이며, 해외 팬덤을 확보한 첫 한국형 액션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동석은 할리우드 영화 <이터널스> 출연 이후 글로벌 인지도를 쌓으며, 캐릭터 수출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신과함께> 역시 3편 제작이 공식화되며, 중국·동남아시아 시장과 공동 제작을 추진 중이다. 이 시리즈는 이미 VFX·세트 디자인·신화적 구조에서 아시아 전역의 정서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성공에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 관리’가 필수적이다. 마블, 스타워즈,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한국 영화도 IP의 장기적 가치 관리를 위해 스토리 성경(Story Bible) 제작, 캐릭터 저작권 관리, 글로벌 배급 계약 표준화 등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2025년 이후 한국 영화 산업의 흐름은 ‘극장+OTT 동시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시퀄은 OTT 시청자 기반의 피드백 데이터를 활용하여 스토리를 보완하고, 팬덤 중심 마케팅을 강화하는 구조로 진화한다. 예를 들어, <범죄도시>는 티빙과 웨이브를 통해 비공식 인터뷰·메이킹 필름·악역 스핀오프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 유지율을 높였다.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규모가 아닌 밀도’다. 거대한 제작비보다는 탄탄한 시나리오, 지역성과 정서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 설계가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세계 시장은 이제 기술보다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2030년까지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의 캐릭터 중심형 시퀄과 <신과함께>의 세계관 확장형 프랜차이즈가 두 축으로 병행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영화는 단순한 지역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IP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시퀄은 더 이상 ‘흥행한 영화의 후속작’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적 지속성을 위한 핵심 전략이며, 관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IP 관리 체계’다. <범죄도시>의 마석도와 <신과함께>의 저승사자들은 단지 캐릭터가 아니라 브랜드다. 2025년 현재, 한국 영화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프랜차이즈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한국적 감정선과 사회적 맥락을 결합한 고유한 발전 모델이다. 앞으로 한국 영화의 시퀄은 ‘흥행 공식’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서사 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