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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 후기 좀비 영화, 재감상, 명장면

by lacielo 2025. 4. 11.

영화 부산행 포스터

2016년 여름, 한국 영화계는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바로 좀비 재난 영화 ‘부산행’이 국내 극장가를 강타하며 장르 영화로는 드물게 천만 관객을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공유, 마동석, 정유미 등 탄탄한 배우진과 연상호 감독 특유의 연출이 만나 만들어낸 이 작품은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좀비 장르를 대중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단순히 공포와 액션만이 아닌, 그 너머의 인간애, 사회적 메시지, 연출의 치밀함까지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부산행을 좀비 영화로서 분석하고, 재감상에서 새롭게 느낀 감정과 명장면들을 되짚어보며 이 작품이 왜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좀비 영화로서의 부산행

부산행은 기존의 좀비 영화들과는 확실히 결을 달리합니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는 생존 그 자체, 인간의 이기심, 그리고 무자비한 세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부산행은 여기에 한국적 정서감정 중심의 서사 구조를 더해 독특한 깊이를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기차’라는 밀폐되고 한정된 공간은 영화 전체를 통제된 긴장감으로 유지시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각 칸마다 위기가 존재하고, 목적지인 부산까지의 시간은 타이머처럼 작용해 극적 몰입감을 극대화시킵니다.

좀비의 설정 또한 인상적입니다. 감염 속도는 빠르고,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시야가 차단되면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등의 특징은 극 중 상황을 전략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 덕분에 단순한 ‘도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는 게임적 요소가 영화에 녹아들며 보는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또한, 감염자의 행동을 위해 실제 무용수, 체조선수 등을 캐스팅하고 훈련시킨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CG보다는 실제 동작으로 표현된 좀비들의 움직임은 훨씬 더 리얼하고 무서우며, 결과적으로 영화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무엇보다 부산행은 '좀비'라는 외형적 공포보다는,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 더 주목합니다. 이기적인 대기업 중역,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평범한 아버지, 임산부를 지키는 남편 등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선택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스릴을 넘어선 도덕적 물음을 던지게 만듭니다. 이는 부산행이 단순한 장르물을 넘어 사회 드라마적 성격까지 지니게 된 결정적 이유입니다.


재감상으로 느낀 감정의 변화

처음 부산행을 보았을 때는 빠른 전개, 짜임새 있는 액션, 그리고 긴장감 있는 연출에 흠뻑 빠졌다면, 시간이 지나 재감상하게 된 지금은 감정선주제 의식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특히 공유가 연기한 ‘석우’ 캐릭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처음엔 차갑고 자기중심적인 인물로 그려지지만,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딸 수안과의 관계, 타인과의 협력 속에서 점점 변화하는 그의 모습은 현대인의 자기 반성을 이끌어냅니다.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는 재감상에서 그 존재감이 배가됩니다. 다혈질이지만 누구보다 이타적인 그는, 위기 앞에서도 임산부 아내를 지키려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앞장서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그가 감염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문을 막고 사람들을 살리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인간성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수안이 부른 '아리랑' 장면은 재감상에서 더욱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노래가 아닌, 잃어버린 인간성과 희망, 그리고 어른들이 잊은 가치를 상기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수많은 좀비와 희생자들 사이에서 한 아이의 노래는 절망 속의 희망을 상징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재감상은 단순히 장면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의 결, 상징의 의미, 시대적 메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계기입니다. 부산행은 그만큼 다층적인 구조를 지닌 영화이기에, 여러 번 볼수록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재감상 가치가 높은’ 작품입니다.


부산행 명장면 다시 보기

부산행의 명장면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 중에서도 몇 장면은 여전히 회자되고, 다양한 콘텐츠에서도 인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는 기차 칸 전투 시퀀스입니다. 석우, 상화, 영국 세 인물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좀비들과 싸우며 칸을 하나씩 뚫어 나가는 장면은, 액션의 완성도뿐 아니라 캐릭터 간의 유대감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이 장면은 카메라 워크, 사운드, 편집의 조화가 압권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또한, 후반부 공유의 자살 장면은 단순한 죽음을 넘어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서사적 무게를 지닙니다. 감염된 자신이 딸을 물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 그리고 딸을 살리기 위한 희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깊이를 더하게 합니다. 석우가 딸 수안과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감성 드라마로서의 부산행을 완성시킵니다.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장면은 수안의 마지막 독창 장면입니다. 격리 병사가 총을 쏘려다 눈물을 흘리는 이 장면은, 비로소 인간성 회복의 순간이며, '노래'라는 매개체가 재난 속에서도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징성과 연출의 깊이는 부산행을 단순한 장르 영화로 남기지 않고, 수많은 관객에게 정서적 여운을 남기게 하는 요소입니다.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작품입니다.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과 사회, 감정과 메시지를 동시에 아우르는 서사는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감동을 줍니다. 특히 재감상을 통해 새롭게 발견되는 상징과 의미는 이 영화를 ‘클래식’으로 만들어 줍니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다시 보는 이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주는 부산행. 다시 한 번 시간을 내어 이 영화를 감상해보세요. 지금 보아도 여전히 완성도 높은 작품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