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특별한 이유
영화 '부라더'는 얼핏 보면 단순한 코미디 영화처럼 보인다. 예고편에서도 끊임없이 터지는 웃음, 유쾌한 형제의 티격태격, 다소 황당한 설정이 전면에 부각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알게 된다. '부라더'가 단순히 웃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영화의 시작은 두 형제의 철없는 모습으로부터 출발한다. 수년간 연락조차 끊겼던 형제, 이상(마동석)과 수봉(이동휘)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고향인 안동으로 돌아온다. 장례식이라는 엄숙한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서로를 탓하고 다투며 유치한 싸움을 벌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한국형 코미디 패턴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서서히 그 이면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두 형제가 서로를 원망하는 이유, 그리고 오랜 시간 쌓인 감정의 골,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상처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웃음은 있지만, 그 웃음 사이사이에 깃든 씁쓸함과 아련함이 영화의 온도를 바꾼다. 특히 '부라더'는 한국 특유의 장례문화와 유교적 전통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현대 가족이 겪는 단절과 오해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어릴 적 서로 의지했던 형제가 세월 속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간극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영화는 무겁지 않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도 않게 이 복잡한 감정선을 건드린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부라더'를 특별하게 만든다. 단순히 배꼽 잡게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웃음 뒤에 숨어 있는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이끌어낸다. "웃고 있는데 왜 눈물이 나지?" 라는 감정, '부라더'는 그 묘한 감정을 정말 섬세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우리 모두가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게 될 가족 이야기로 다가온다.
웃음과 감동
'부라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캐릭터들의 살아 있는 인간성이다. 이상과 수봉, 두 형제는 전형적인 인물상이 아니다. 완벽하거나 이상적인 모습은커녕, 어딘가 부족하고 어설프고, 때로는 이기적이다. 이상은 변변한 직업 하나 없이 허세와 남탓으로 살아가는 인물이고, 수봉은 한탕을 노리며 살아가지만 현실에 번번이 부딪히는 소심한 청년이다. 둘 다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불만을 서로에게 투사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들의 싸움이 유치하고 한심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이 인물들의 허술함에서 인간미를 발견하게 된다. 누구나 삶에 치이고, 실패하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상과 수봉은 그런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이 장례식을 치르면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이들의 관계 변화를 그려낸다. 갈등과 충돌은 끊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 어릴 적 기억이 겹쳐지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애틋한 순간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영화 중반 이후, 두 형제가 어린 시절 어머니와 보냈던 기억을 되새기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다투면서도 서로를 챙기고, 미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코미디적 웃음을 넘어 진한 가족애로 이어진다. 여기에 김희원, 조우진 등 조연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각각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장면마다 웃기면서도 가슴이 찡해지는 복합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다. 특히 장례식이라는 설정이 주는 특유의 긴장감과 감정의 폭발은, 영화가 결코 피상적으로 흐르지 않게 만든다. 웃음과 눈물, 그 어느 것도 억지스럽지 않다. 마치 우리네 가족처럼, 어색하고 서툴지만 결국에는 서로를 품게 되는 그 감정. '부라더'는 바로 그런 인간적인 드라마를 담아냈다.
결국 남는 것은 가족
'부라더'는 결국 한 가지 메시지로 귀결된다. 아무리 멀어져도, 아무리 상처를 주고받아도, 결국 남는 것은 가족이라는 것. 영화의 결말은 화려하지 않다. 큰 사건이 해결되거나 모든 문제가 완벽히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이상과 수봉은 여전히 서툴고, 앞으로도 인생에서 많은 실수를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 그들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하지 않지만, 매우 소중하다. 두 형제가 장례식을 통해 부모를 보내고, 동시에 잊고 지냈던 서로에 대한 애정을 되찾는 과정은, 관객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부라더'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때로는 짐처럼 느껴지고, 때로는 아픔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장소임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이 영화는 말한다. "우리는 완벽한 가족이 아니라, 그래서 더 소중하다"고. 웃음 뒤에 찾아오는 먹먹함,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북받치는 따뜻함은 '부라더'가 단순한 오락영화에 머물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다. 장례식이라는 다소 무거운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영화는 삶과 죽음, 이별과 만남을 가볍지 않게, 그러나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게 다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가족'이라는 변하지 않는 주제가 있다. 삶이 힘들고, 세상이 버겁게 느껴질 때, 우리가 끝내 돌아가야 할 곳. '부라더'는 그 장소를, 그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준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가족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지고, 괜히 부모님을 한 번 더 껴안고 싶어진다. 가족은 때로 가장 가깝기에 가장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를 가장 깊이 사랑하는 존재라는 것. '부라더'는 그 단순하고 소중한 진실을, 유쾌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알려준다.